수고를 넘어
자기를 나타내는 책으로
드디어 종강이에요, S쌤! 수고 많았죠? 학교 업무만으로도 벅찬 요즘인데 과제와 발표로 힘든 대학원의 한 학기를 보냈잖아요. 발표 준비로 헉헉거리는 S쌤을 보면서, 이제 갓 시작한 저의 대학원 공부가 걱정되기도 했죠. 다행히 저는 어렵지 않은 대학원 첫 학기를 지냈어요. 늘 가르치기 위해 뭔가를 배워왔던 터라, 오랜만에 온전히 배움에 몰입할 수 있어 좋아요. 관심사에 공통점이 많은 전공생과의 토론도 유익해요. 의견이 오가며 생각이 섞이는 즐거움이 있어요.
대학원 동기 교사들을 알아가며 눈에 띄는 점이 있어요. 책을 쓰고 내는 데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많아요. 한번은 대학원 신입생 OT에서 자기소개하는 순서가 있었어요. 대학 졸업 이후에 자기를 소개하는 경험이 흔치 않잖아요? 오랜만의 풋풋한 경험 중에, 지은 책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분이 여럿이더라는 게 인상적이에요. 학급운영 방법, 임용고사 노하우, 학생상담. 분야도 다양한 책들의 저자로 ‘교사 누구누구’가 소개되었어요.
‘책 내느라 고생이 많으셨겠구나’
생각했어요. 자신의 책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떠한 주제를 내 것으로 삼아 글로 쓸 이야기를 쌓아 왔다는 것, 특별한 일이죠. 이를 기승전결을 갖춰 한 권의 책이 될 만큼의 글로 표현해냈다는 것 또한. 거기다 원고만 있으면 책이 완성되는 게 아니겠죠. 채택해 줄 출판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말을 들었어요. 보통 한 권의 책을 내려면 백만 원 단위의 돈이 든다고 하니까요. 책이 나온 뒤에도 대부분의 이익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몫으로 돌아가고, 저자가 얻는 인세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요. 자신의 책을 가진 분들은 이런 과정의 수고로움을 하나하나 넘어오며 ‘흰 머리 좀 생겼겠다’ 싶었어요.
교사와 학생들이 쓴 글로
가르치는 날
아직 자신의 책을 출간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글을 쓰고자 하는 대학원 동기들을 봐요. 내어 보이기 민망해하면서도 자신의 콘텐츠를 이야기하는데 관심 있는 교사들. 수업 과제로 제출하는 글쓰기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아, 자기의 이야기를 가진 분이구나’ 마치 S쌤이 좋아하는 영화로 수업을 재구성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렇게 자기만의 선명함을 가진 교사들이 저는 좋아요.
한때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을 했던 적이 있어요. 완성도 높은 영상 자료들이 많잖아요. 클릭 몇 번이면 한 차시 수업이 구성되고, 평가지도 손쉽게 척척. 공문에 치여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기라도 하면 무엇보다 든든했죠. 하지만 어느새 사이트의 연간사용료 결제를 당연하게 여길 때쯤, 아차 싶었어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느낌보다, 교육상품의 ‘소비자’가 되어간다고 느꼈거든요. 분주함과 편리함에 얽매여 상업화되고 일반화된 수업에 머무는 느낌. 거기에는 우리 반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는 수업의 맥락이 없었어요.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반영하는 수업자료가 없었어요.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실현되면 어떨까 생각해봐요.
‘선생님의 고유한 컨텐츠로 우리반에 딱 맞는 책을 수업에 사용할 수 있다면’
아주 꿈같은 소리는 아닌가봐요. 2019년부터 점진적인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도입하고자, 수업에 사용하는 인정도서 심사 절차가 완화되고 소요 기한도 단축되었어요. S쌤도 작년 말에 교과서선정위원회의에 참석했죠? 한 과목 교과서의 후보로 늘어놓았던 십여 종류의 책들. 지금처럼 교사에게 교육의 자율성이 늘어난다면, 곧 그사이에 교사들이 만든 교과서도 나타나지 않을까요? 꼭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관련된 자료집, 문제집, 활동집. 한 걸음 더 앞서 꿈꿔본다면, ‘내가 쓴 글로, 아이들이 쓴 글로 가르치기’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책이 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곁을 지키는 출판사의 이름은
선생님들에게 출판의 문턱을 낮춰주고 싶어요. 자기의 이야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를 책이라는 결과물로 엮어내기에 막막한 교사들에게, 여기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밀착되는 수업을 위한 책을 만들어내는 길. 그 곁을 지키는 하나의 출판사면 좋겠어요. 출판과정에서 맞닥뜨리기 마련인 행정적인 절차를, 편집과 디자인 같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나가는, 교사들의 출판사 말이에요. 그것이 세상의 많은 출판사를 두고 교사가 출판사를 여는 이유가 될 수 있겠어요.
출판사를 시작하는 의미를 발견해요. 선생님들이 용기를 얻어 책 만들기에 도전하는 길을 열어 보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범접하기 힘든 성과를 낸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도 많아요. 보통의 교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작은 이야기. 베스트셀러가 되어 몇 쇄를 찍어내는 책이 아니어도 좋아요. 지금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우리의 학교 수업을 더 의미 있고 알차게 만들어 줄 책. 나와 비슷한 교사에게, 또 하나의 어느 학급에 유익을 더하는 수업자료를 담은 책. 선생님과 아이들의 배움과 삶이 담긴 글을 엮은 책. 이로 인해 얼마간의 수익을 교사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여기 출판사를 봤더니, 교사들이 만든 책이 이렇게나 많아!’
책이 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곁을 지키는 출판사,
곁에 있는 출판사, 비사이드 북스beside books에요.
<비사이드 북스> 출판사
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