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근데 책은 어떻게 만들어?

ep7. 근데 책은 어떻게 만들어?

이 좋거나
설프거나

넝쿨째 굴러들어온 류창기 선생님의 원고. 의미 있는 글을 읽기 좋게 내어놓는 일은 비사이드 북스의 몫이겠지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책을 만들 궁리를 시작합니다.

“일단 원고 교정이 필요하겠지요? 편집자는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까요?” ”책표지는 어떤 스타일이 좋을까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팔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우리도 잡지 광고 같은 거 해야 할까요?“

평소 눈여겨 보았던 책들에서 떠오른 경험을 싹싹 긁어모아 봅니다. 이 것은 마치… 학년부장 없는 체험학습 회의라고나 할까요? 순서도 없고 방법도 없는, 출판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더듬거리는 장님들의 중구난방 아이디어 수합.

“요즘엔 출판학교 프로그램이 많데요. 신청해볼까요?” “작은 출판사를 하나 아는데, 인턴으로 한 3개월 일해보는 건?”

막막한 마음에 대책을 찾아보지만, 어느 하나 만만치는 않단 말이죠.

일단은 가이드삼을 책을 스터디하기로 합니다. 검색으로 찾은 직관적인 제목의 책 <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 제목부터가 독립출판의 실무 과정을 알려주겠다 싶잖아요? 역시 책은 제목이 첫 번째구나! 벌써 하나 배웠습니다.

근데 우리 비사이드 북스, 원고가 들어오고 나서야 책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다니. 운이 좋은 걸까요, 어설픈 걸까요?

리를 맞대니 보이는

책을 읽고 모인 다음 번 회의. 일독을 하니 출판하는 전반적인 과정은 대략 알겠는데, 출판을 글로 배운 탓일까요? 여전히 막연한 느낌, 언젠가 느꼈던 느낌이에요.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교육과정 책을 처음 펼쳐 든, 딱 그 느낌.

머리를 맞대어 서로가 이해한 출판 과정을 모아 봅니다.

역시 원고를 그대로 출판할 수는 없고, 교열 교정 작업을 해야 하네요.”

교열은 내용을 고쳐 쓰는 일, 교정은 오탈자와 띄어쓰기를 확인하는 일이라는 거, 이번에 알았어요. 문장에 복문이 있는지, 주술 호응이 맞는지와 같은 문장 단위의 작업과 더불어 문단과 글 전체의 기승전결과 순서를 판단해야 한대요. 첫 책이니만큼 교차 확인을 하기 위해 두 사람이 편집자를 맡기로 했어요(그리고 나중에 이르러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는 스포를…). 글을 보는 노련함이 필요한 일. 경험을 쌓아야겠죠? 교정 작업은 맞춤법을 확인하는 사이트를 활용하려 해요. 류창기 선생님의 원고는 글쓰기 수업에 대한 책인지라 특히나 더 신경이 쓰여요.

“책 디자인은 표지와 내지 작업 두 파트더라고요.”

우리 수업나눔 모임에서 만든 책도, 어설프지만 제가 디자인했었잖아요? 그 때와는 다르게 ISBN이 붙는 정식 단행본을 만든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동안 제가 이런저런 인쇄물을 만든 경험으로 도전하려 해요. 앞서 원고를 두고 했던 시장 조사처럼, 글쓰기 책과 같은 실용서 분야의 디자인을 먼저 파악해보기로 합니다. 가만 보면 출판물은 꽤 디자인 트렌드가 분명해 보여요. 언제 나온 책인지도 잊지 않고 살펴야겠어요.

아마추어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나중도 상상해봅니다. 경험이 쌓이면 디자인을 위한 일정한 코스웍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자가 출판이 부상하는 시대이니, 책 디자인에 관심은 있으나 배움과 경험의 장이 마땅찮은 사람을 성장하게 해주는 WIN-WIN의 ‘비사이드 북스 디자인 아카데미’!

“디자인 작업을 마쳐야 ISBN을 받을 수 있고, 인쇄도 할 수 있데요.”

책의 주민번호라고 할 수 있는 ISBN. 이 번호를 발급 받으려면 표지, 내용, 페이지 수 같은 사항이 먼저 확실해야 하네요? 완성된 표지 파일을 등록해야 하니, 이전에 디자인 과정을 먼저 마무리해야겠어요.

책 가격도 먼저 결정해야 해요. 책값이 오르는 추세이고, 요즘은 책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그래도 너무 비싸면 독자가 구입하기 부담스러울 것이고. 아, 책값에는 원가가 포함되어야겠군요. 그럼 무엇보다 인쇄할 때 드는 비용을 알아야 하죠. 아마 만드는 권 수에 따라 단가가 달라질걸요? 그럼 몇 권을 찍을지 정해야 하고… 너무 많이 찍으면 재고가 잔뜩 남게 되고… 남는 재고는 어떻하죠?

책을 등록하는 행정적인 절차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앞 단계를 밟지 않으면 진행될 수가 없는 구조네요. 반복되는 ‘…’에 묻은 막막함, 느껴지나요 S쌤? 우리 <비사이드 북스> 지금 생각해도 참 대책 없이 시작했군요!

“요즘엔 온라인 홍보 방법이 다양하네요.”

책에선 전통적인 홍보 방법을 설명하긴 해요.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 하지만 비사이드 북스처럼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출판사가 범접하긴 어렵죠. 광고 매체를 연결해주는 대행사도 있다곤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겠죠? 그렇다고 매번 지인들에게만 홍보할 수도 없는 노릇.

SNS로 인지도를 높이는 수고가 필요하겠어요. 책 태그 달기 이벤트를 열어보는 것도. 서평단을 모집해서 온라인 리뷰를 퍼뜨리는 방법도 생각해둬요. 아, 판매를 시작하면 온라인 서점에 별점과 독서평을 쌓아가는 것도 요긴해요. 작은 출판사에는 온라인 세상이 기회의 땅.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한참의 회의. 많은 정보를 얻고, 방법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책을 만드는 대략적인 흐름을 알았죠. 그런데 왜일까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의 연속입니다.

결국은 직접 경험하며 배울 일인가 봐요. 마치 새 학기 시작 전 여러 준비를 하지만, 3월 2일 교실 문을 열며 마주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가르침을 이어가는 것처럼요. 이 원고가 비사이드 북스의 첫 ‘제물’이 되는 건 아닐까! 괜한 걱정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