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책 제목, 미궁에 빠지다
ep8. 책 제목, 미궁에 빠지다
ep8. 책 제목, 미궁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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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까지 책을 만드는 과정을 대에~충 (글로) 익힌 비사이드 북스. 전반적인 출판 과정을 훑고 나니,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겠다 싶은 근본 없는 자신감을 충전합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이른바 ‘기획’이라는 걸 시작하지요.
책을 고를 때 S쌤은 무얼 가장 먼저 보세요? 그렇죠, 제목! 책은 모름지기 제목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어요? 바로 그 제목에 따라 표지도 만들고 목차도 구성하니까요. (고작 책 한 권 읽어놓고 이렇게나 아는 척을 합니다) 이렇게 비사이드 북스는 류창기 선생님의 글쓰기 원고에 붙일 책 제목을 의논하기 시작하는데… 곧 여기가 미궁 속이구나 깨닫기 시작하는데…
누구 읽으라고
만들지?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에요. 책 제목을 정하려니, 어떤 사람이 읽는 책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 그들의 관심사, 친숙한 낱말과 문장으로 제목을 만들면 좋을테니까요. 바로 이 책의 ‘독자층’.
예상하는 독자층을 선정하는 일에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어요. 구입하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넓게 기획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가지겠죠? 그렇지만 ‘모두를 위하는 건 아무도 위하지 않는 것’이지요. 읽는 이로 하여금 ‘나를 위한 책이잖아?’라는 인상을 줄 수 없으면 누구도 책을 사지 않을 테니까요.
요즘은 좁고 명확한 독자층이 대세인 듯 해요. 출판사는 물론이고 독립출판 시장이 커지면서 독자의 세세한 관심사를 분명하게 공략하는 책이 많이 보여요. 류창기 선생님의 글쓰기에 관한 원고도 기대할 수 있는 독자층을 대략은 예측할 수 있겠지요. 책을 찾는 이의 필요에 분명하게 닿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관심갖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마음(!)을 갖고 예상 독자층을 선정합니다.
류창기 선생님의 글쓰기 책,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글쓰기를 지도하다가 여러 번 포기했던 선생님
- 글쓰기 지도의 원리와 자세한 방법이 궁금한 선생님
- 글쓰기 수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선생님
- 글쓰기를 잘 가르치고 싶은 모든 선생님과 학부모님
팔리는 책 제목에는
스타일이 있다
독자층을 선정했으니 본격적으로 제목을 고민합니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는 법. 우리의 창의력을 맹신하지 않는 게 좋겠죠. 일단 요즘 책들 제목이 어떤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인터넷 서점에 접속! 글쓰기 분야의 책 제목을 순위대로 읽어 내려갑니다. <문해력 수업>, <내 아이를 위한 30일 인문학 글쓰기의 기적>, <공부머리 독서법>… 글쓰기 책, 참 많고도 다양하네요.
끝없이 이어지는 책 제목을 한참동안 골똘히 들여다보니, 공통점이 보여요. 제목에 대한 일종의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글쓰기 책을 이름 짓는 나름의 유형을 정리해보았어요.
- ~수업 e.g. 문해력 수업
- ~글쓰기 e.g. 내 아이를 위한 30일 인문학 글쓰기의 기적, 초등 온성 영어 글쓰기 로드맵
- ~력, ~힘 e.g. 당신의 문해력, 어린이를 위한 초등 매일 글쓰기의 힘
- 전문용어 사용하기 e.g. 그림책 페어런팅, 몰입독서
글쓰기 책의 제목이 가진 유형을 짚고 나니 막막했던 느낌이 조금 가시는 마음이에요. 이제 키워드를 가지고 책 제목을 구상할 차례. 머리를 맞대어 우리 원고의 중심 키워드를 추려 봅니다.
수업의 변화, 쉽게, 잘 쓰게 하는, 수업 노하우, 비밀, 글, 삶
대략 이 정도의 낱말을 모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련한 책 제목. 이럴 땐 일단 아이디어를 내뱉어 보는 게 도움이 되죠. 떠오르는 제목을 여과없이 내어놓기로 합니다.
‘글쓰기가 자라는 교실’ → 강낭콩 기르기인가요?
’글쓰기가 재미있는 수업’ → 제목은 재미가 없군요..
’글문이 트이는 글쓰기 수업의 비밀’ → 추리 소설 제목…
‘이음샘의 삶이 있는 글쓰기 수업’ → 너무 추상적이다!
‘이음샘과 함께하는 시원한 글쓰기 수업’ → 이온 음료 광고인줄?
으… 제목 짓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떠오르는 안은 많지만, 이거다 싶은 판단이 서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네요. 마침내 아이디어 고갈… 결정하지 못하고 “더 이상 머리가 굴러가질 않아요… 오늘 회의는 그만합시다.” 다음 회의 때 각자 몇 개의 제목 후보를 가지고 와서 의논을 계속하기로 합니다. 우리 애 이름 지을 때도 이보단 쉬웠던 것 같은 기억은 나의 착각일까요?
미궁에서 벗어나려면
기준을 붙잡아야
미궁. 그래요, 우리는 미궁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 회의, 그리고 그다음 회의에서도 책 제목을 정할 수가 없었어요.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기보다는 자꾸만 확장, 확장하기면 합니다. 확신 없이 생각만 쌓여가는 제목 회의의 연속이에요.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작은 몇 가지 기준을 결정해오긴 했어요. 그 기준들도 자꾸만 수정과 폐기를 반복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가령,
“독자가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면 좋겠어요.”
”핵심 낱말을 박스에 넣어서 강조할까?”
”부제목을 달아서 책을 자세히 설명하면 어때요.”
”메인 제목은 간단하게 명사 형태로 해요.”
의논한 기준을 염두에 두며, 수십 가지 제목 후보 목록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반복해서 보다 보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려 눈에 잘 들어오질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신선하게 보려 애써요. 목록 중 몇 가지를 추려 2차 후보를 냅니다.
‘날개를 달아주는 글쓰기 수업’
‘삶을 드러내는 글쓰기 수업’
‘뻥 뚫어주는 글쓰기 수업’
‘수업이 되는 글쓰기’
여러 안을 놓고 이러저러한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할지, 제목을 읽을 때 입에 잘 붙는지, 너무 막연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다른 글쓰기 책 사이에서 눈에 띄는지… 가능한 한 근거를 가진 최선의 판단을 하려 애써보지만, 결정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마침내 결정은,
최종안을 어떻게 정했냐구요? 다수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제목인지는 알 수 없어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제목인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분명한 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 십 수 가지 안을 고려한, 비사이드 북스의 최선으로 나온 제목이라는 거에요. 경험이 부족한 우리인 탓도 있지만, 간단해 보이는 책 제목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이 바탕하고 있다는 배움을 얻은 제목이라는 거에요.
이렇게 얻은 비사이드 북스의 첫 책, 류창기 선생님의 원고 제목은,
수업이 되는 글쓰기
초등교사가 꼭 알아야 할 글쓰기 수업 노하우0가지